물렁한 박두부

살인마 대리님 주의 ;ㅅ;

 

[해준백기] 동상이몽

(같은 침상(寢床)에서 서로 다른 꿈을 꾼다는 뜻으로, 겉으로는 같이 행동(行動)하면서 속으로는 각기 딴 생각을 함을 이르는 말)

 

고작 부러지기 쉬운 얇은 뼈를 감쌀 뿐인 얇은 피부는 상처입기 쉽다. 파리하게 긴장된 근육과 힘줄의 떨림이 얇은 피부를 통해 해준에게로 전해진다. 맥박의 가까운 곳에 위치한 지점를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강하게 눌러주자 제 밑에 깔린 여자가 파득 몸을 떨었다. 반항이라 치기도 민망할 정도의 연약한 밀어냄은 해준의 눈빛에 더욱 이채만 가중시킬 뿐인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윽. 확보되지 않은 기도의 좁은 틈새로 눌린 신음이 새어나오지만 해준은 멈추지 않았다. 그대로 손가락에 더욱 힘을 주더니 이내 여자의 얇은 목에서 우득, 하는 소리가 났고, 이내 여자의 몸이 천천히 가라앉는다. -. 그제야 탁한 숨을 뱉어낸 해준의 입꼬리가 찬찬히 올라간다.

 

수고많았어요.”

 

-

 

끄응, 앓는 소리와 함께 쥐고있던 서류조차 떨군 채 백기는 책상위로 쏟아지듯 엎드렸다. 후우우, 낮게 뱉어낸 한숨에 묻어나는 달큰한 술냄새는 해준에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어제 한석율이 방방 뛰며 다가와 백기의 귀에 귓속말과 함께 윙크를 날린거로 보아 친목도모를 핑계로한 술자리였음이 분명했다.

 

끄으으, 가래가 껴 걸걸해진 백기의 목소리 끝에 톡,토독 하고 손가락이 액정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숙취에 고통스러워 하는 와중에도 손가락이 액정위를 부산스레 움직이는 것, 그리고 장문의 욕설이 섞여있는 것으로 보아 보나마나 수신인은 한석율이겠지. 해준은 소리만으로도 뻔히 예상되는 백기의 행동에 작게 웃음짓다가 지잉 소리를 내며 울리는 프린터기로 다가간다. 인쇄된 서류의 오탈자와 함께 내용을 다시금 정리하던 꼼꼼한 눈빛이 조금 틀어져 백기의 엎드린 뒷모습에 가 꽂힌다. 평소 단정히 손질하던 백기의 머리가 엉망으로 흐트러진 것만으로도 백기의 컨디션은 알만했다. 안쓰러운 부사수를 위해 작은 위로라도 해줄까 싶어 해준은 평소라면 하지 않을 친절을 배풀기로 마음먹고 백기의 등 뒤로 다가갔다.

 

장백기씨.”

“...!!! ! 대리님!”

 

, 일어나란 얘기는 아니었는데. 해준의 목소리에 버릇처럼 벌떡 일어난 백기가 울리는 머리를 얼른 짚었다. 골이 딩 딩, 종소리라도 나는 양 흔들렸다.

 

앉아도 됩니다. 별로 뭐 시킬 껀 아니니까.”

......”

장백기씨. 놀라지 마십시오.”

“...?”

 

그 말을 끝으로 해준은 양 손을 백기의 어깨에 올리고 가볍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 , . 잠시만요 대리님. 괜찮은...!당황스러움에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고 손을 위로 아래로 어찌할지 몰라하던 백기가 해준이 손에 힘을 줘 누르자 작게 신음을 냈다. -.

 

놀라지 말라니까.”

아니, 그 저...”

 

무뚝뚝하고 저와는 옷깃을 스치는 일조차도 적었던 해준의 갑작스런 터치, 그리고 안마에 백기는 정신없이 눈알을 데루룩 굴렸다. 말려야하는데. 대리가, 일개 그것도 새파랗게 아래인 신입사원의 어깨를 주물러준다는 일 자체가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인지를 백기또한 알기에 엉덩이를 자꾸만 들썩이자 해준의 손가락이 스물스물 머리카락이 끝나는 지점의 목덜미로 올라와 꾹, 누르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어요.

. 습관적으로 대답한 백기가 고개를 푹 숙인채 움직임을 멈추자 해준은 그제야 조용하다는 듯 손가락으로 백기의 목덜미부터 어깨를 쓰담듯 주물렀다. , . 백기의 몸이 파득 떨리자 해준의 움직임이 조금 잠잠해졌다.

 

, 대리님 그게, 아픈건 아니구요...정말인데...”

압니다.”

 

백기의 흐트러져 하늘 높이 솟아있는 뒷머리에 고정되어 있던 해준의 시선이 제가 쥐고있는 남자치곤 가느다란 목덜미를 향해 점점이 내려갔다. 조금씩 스쳐가는 어제의 선명한 기억이 백기의 뒷모습에 오버랩된 순간 해준이 천천히 손아귀에 힘을 뺐다.

 

“...대리님?”

장백기씨.”

, ...?”

 

수고 많았어요.”

 

무슨 뜻인지 감조차 잡지 못한채 뒤돌아 멍하니 해준을 바라보던 백기가 ... 작게 대답을 흘리곤 작게 웃음지었다. 해준또한 입꼬리를 찬찬히 올렸다.

'단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준백기] 꿀꺽 (비번: 장백기 나이)  (0) 2015.02.28
[석율그래] 가끔은  (0) 2015.02.28
[해준백기] 달큰한  (0) 2015.02.28
[해준백기] 무딘이별  (0) 2015.02.28
[해준백기] 분노  (0) 2015.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