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렁한 박두부

[기준성준] 생일

단문2015. 6. 9. 00:43


“불, 만지지마. 뜨거우니까.”



몇 번이나 반복되는 경고임에도 식탁 의자에서 몸을 가만히 두질 못하고 자꾸만 들썩거리는 통에 벌써 10분이 넘도록 성냥 끝은 촛불과 맞닿지 못하고 있었다. 성냥을 긁어 불꽃을 내자마자 눈을 빛내며 입으로 후, 후우. 불어대는 지라 지금 기준의 손가락에 쥐여진 성냥이 딱 6번째 새 성냥이었다. 



“후, 불지도 마.”

“네, 네에, 성, 성주니 안붑, 붑니다아. 후우, 안합니다.”

“한번만 더 불면, 생일축하 노래 안한다.”



진심을 담아 기준이 엄하게 뱉은 말에 그제야 성준이 입을 꾹 다문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양 손바닥으로 꾸욱 코 밑부터 턱까지 눌러 막는 모습에 기준이 안심하곤 성냥갑에 성냥을 긁었다. 칙, 마찰음과 함께 붉은 불이 일렁이고 성준의 엉덩이가 다시 한 번 들썩였지만 이번엔 기특하게도 참아내고 있었다. 물론 바닥을 다다다 구르는 발은 여전했지만. 


저리 안절부절 하며 기다리는 모습을 보니 묘한 심술이 고개를 들어 기준은 일부러 천천히 촛불에 불을 붙였다. 고작 스무 개 남짓 되는 촛불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몸을 바르르 떨면서도 생일축하 노래와 촛불 끄는 걸 꼭 하고 싶었는지 간신히 참아낸 성준이 동의를 구하듯 기준을 간절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성준이, 불 끄고 와.”



여전히 입을 틀어막은 채였던 손을 내리고 후다닥 달려가서 부엌 불을 끄고 다시 뛰어온 성준의 입에 함박웃음이 물려있다. 두 손바닥을 가지런히 맞붙이고 노래가 시작되길 기다리는 눈이 꼼꼼하게 촛불을 살피는 중이었다. 기준이 먼저 운을 띄자 성준이 신나게 생일축하 노래를 부른다. 약간은 더듬지만 제법 완벽하게 부르는 게 신기해 기준이 노래를 마친 성준을 향해 박수를 두어 번 쳐주었다.



“...혀, 형아아. 성, 성준이 이제, 후, 후우 합니다.”

“너무 강하게 말고 입술 모으고. 응, 그렇게.”

“후우, 해도 되, 요오?”

“응.”



기준의 허락을 끝까지 기다리던 성준이 케이크 앞으로 고개를 붙여 바람을 후후 불었다. 행여나 앞머리가 탈까 기준이 성준의 이마를 슬쩍 손바닥으로 밀어내도 고개는 여전히 뻣뻣했다.


촛불이 다 꺼지고 희뿌연 연기가 공기 중에 퍼지자 성준이 킁킁 냄새를 맡다가 코를 다급히 막으며 우는소리를 냈다. 그런 성준을 슬쩍 보며 입 꼬리를 올린 기준이 촛불을 빼내자 성준의 고개가 다시금 바짝 다가왔다. 



“....서, 성, 성준, 성준이. 딸기, 딸기 먹습니다.”

“딸기랑 또 뭐 먹을래.”

“초, 초코도 성준이, 먹습,니다.”



제가 먹고 싶은 부분을 콕 집으며 손가락으로 몰래 생크림을 찍어 입에 가져가는 성준을 눈감아주며 기준이 접시에 예쁘게 케이크를 담아 성준의 앞으로 내밀었다. 먼저 손이 나가려는걸 기준이 손등을 찰싹, 쳐 저지한 뒤 포크를 내밀었다. 서툴게 손에 포크를 말아 쥐곤 딸기를 허겁지겁 입에 밀어 넣느라 입 주변이 생크림 범벅인 성준을 보며 기준이 한숨과 함께 손가락으로 생크림을 훑어 닦았다.


한참 무아지경에 빠져 케이크를 먹던 성준이 팔짱낀 자세로 멀뚱히 바라보기만 하는 기준을 보고 고개를 갸웃 저었다. 




“형, 형아... 안 먹습니다.”

“응, 단거 싫어.”

“성..성주니, 혼, 혼자...먹습니다.”

“성준이 많이 먹으면 되잖아.”

“....혼, 혼자아....싫습,니다아...”




눈은 케이크 조각에서 떨어질 줄을 모르면서도 무슨 고집인지 포크까지 식탁위에 올려놓는 성준의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하, 고집불통. 기준이 졌다는 듯 제 앞에 있던 포크를 들어 케이크 윗부분 생크림을 긁어 옆으로 치우고는 스펀지와 딸기만 콕 찍어 입에 넣었다. 우윽, 달아. 찌푸려지려는 표정을 애써 갈무리하며 보란 듯이 바라보자 그제야 얼굴이 좀 풀리곤 포크를 다시 쥔 성준이 기준이 포크로 밀어 치운 생크림을 포크에 담아 제 입으로 쏙 가져갔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성준의 발그레한 볼을 바라보며 기준이 입안에 남은 단맛을 커피로 애써 밀어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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