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렁한 박두부

석율백기 (for.가비님)

                       w. 박두부






장백기씨, 곧 강대리도 따라잡겠는걸?”


 

호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뒤따른 칭찬은 백기의 귓가를 붉게 물들였다. , 아닙니다. 말로는 부정하면서도 입 꼬리가 씰룩거리는 백기를 모르지 않는 차과장이 어깨를 토닥이고 제 자리로 돌아가자 백기는 고개를 숙여 자꾸만 치솟으려는 웃음을 입술을 물어 참아냈다.

 


수고 많았어요, 백기씨.”

“....대리님, 덕분입니다.”

 


그러한 노력마저도 해준의 칭찬 앞에서는 모조리 헛수고였는지 백기가 뿌듯하게 차오르는 가슴의 만족감을 가감 없이 표현했다. 눈을 맞추며 퍽 다정하게 말한 해준을 보며 결국 백기는 모조리 무장해제. 톡 튀어나온 앞니까지 보이며 밝게 웃음을 터뜨린 백기의 모습에 잠깐 해준의 몸이 멈칫한 찰나 백기의 어깨를 다부진 손이 감싸 안아 왔다. 놀라 등허리를 떤 백기를 토닥이던 손길과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기실적 예상대비 150% 달성하신 우리 백기씨!”

석율...! 아니, 한석율씨!”


 

저도 모르게 둘만의 다정한 호칭을 뱉을 뻔 한 백기가 애써 삼켜내고, 평소처럼 무뚝뚝한 가면을 쓴다. 석율과 단둘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강대리님도 있으니까 어쩔 수 없는 행동이지만 미안한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닌지라 백기가 석율의 눈치를 보자 그를 다 이해한다는 듯 다정하게 눈을 맞춘 뒤 웃으며 팔뚝을 가볍게 쓸어내리곤 몸을 떼어 냈다. 온기가 멀어지는 게 아쉬워 백기의 표정에 아쉬움이 떠오르자 석율이 남몰래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기분이다. 한석율 수제 커피 대접할게요. 갑시다! 들뜬 목소리로 쾌활하게 말한 석율이 동의를 구하듯 해준을 빤히 쳐다보자 별다른 반응 없이 모니터로 고개를 돌린다. 해준의 눈치를 보는 백기의 손목을 틀어잡고 씩씩하게 걸음을 옮기는 석율의 뒷머리를 바라보며 쫒아가다 삐쭉 튀어나온 옆머리에 백기의 웃음이 터진다. 탕비실에 들어와 백기 몫의 믹스를 뜯는 석율을 가만 바라보던 백기가 웃음을 채 갈무리 하지 못하고 손을 뻗어 석율의 삐죽 솟은 옆머리를 꾹꾹 눌러 가라앉혔다. 주변과 모양을 얼추 맞춘 옆머리에 만족감에 웃던 것도 잠시. 놀란 듯 눈이 서서히 커지긴 했지만 별다른 움직임 없이 입 꼬리만 올린 석율의 얼굴이 가까워진다 싶더니 입술을 꾹 눌렀다 멀어진다.

 


“...석율씨! , 여기 회사,”

그렇게 이쁜 짓 하는데 내가 어떻게 참아? 백기씨, 그거 너무한 거다?”

누가 보면 어떡합니까…….”

그럼 그땐 공표하는 거지.”

 


백기씨가 내거란 걸. 느릿한 숨과 함께 섞여 나온 말에 흥분감이 솟구쳐 등골이 절로 오싹해진 백기가 황급히 손바닥에 손톱을 눌러 찍었다. 뜨거운 물을 부은 뒤 믹스 봉지로 휘휘 저은 석율이 백기에게 종이컵을 내밀자 입을 조금 내민 백기가 툴툴 거렸다.

 


공표하면요. 우린 회사 잘리구?”

설마 이 한석율이 우리 백기 하나 못 먹여 살리겠어?”

.”

 


코웃음 지으면서도 석율의 대답이 퍽 만족스러운지 괜스레 커피머신 버튼을 누른 뒤 손장난을 툭툭 하고 있던 석율의 손등을 손가락으로 슬슬 긁곤 떨어진다. 이런 은근한 애교를 부릴 때면 석율은 백기가 닿았다 떨어진 손등뿐만 아니라 배 아래쪽까지 근질근질해지는 느낌이 들어 쭈삣 솟아오르는 등골에 꽤나 당황스러웠다. 저가 얼마나 대담한 짓을 한 건지 모르고 평온한 얼굴로 커피나 마시는 저 사랑스런 이를 어찌해야할까. 당장이라도 말랑한 볼을 감싸 안고 입을 맞춰버리고 싶었지만 석율은 참기로 했다. 이곳에서의 위태로운 여흥보다 차후의 깊고 진득한 접촉을 위해 조금은 참을 수 있었으니까.


아무 말 없이 서있는 저가 이상했는지 안경너머의 동그란 눈을 깜빡이며 저를 살피는 백기의 허리에 느릿하게 손을 감았다.목을 잔뜩 움츠리더니 두리번 사람이 없나 살피느라 분주한 백기의 목덜미에 살짝 입술을 내린 석율이 뱉은 은근한 목소리에 귓가가 빨갛게 달아오른 백기가 괜히 손부채질만 부산하게 해댔다.

 

오늘밤은 우리 집으로 퇴근하는 거야. ?”

 


*


 

흰 피부가 제가 내리는 입맞춤과 손길로 예쁜 붉은 빛으로 물드는 건 석율에게 생각보다 더한 자극과 만족감을 가져왔다. 기어이 마지막엔 눈물을 터뜨린 백기가 여전히 눈꼬리에 눈물방울을 매단 채 기절하듯 잠에 빠져들자 석율은 젖은 앞머리를 정리해주며 백기의 붉은 얼굴을 쓸었다. 땀이 촉촉하게 배어나온 이마며 눈 옆, 오뚝한 코와 붉은 입술을 느릿하게 손가락으로 더듬어가던 석율이 갑자기 울리는 백기의 핸드폰으로 손을 뻗었다. 조금은 거칠 정도로 잡아챈 핸드폰 액정이 깜빡이자 자연스레 비밀번호 네 자리를 누른 석율의 눈에 메시지 화면이 가득 찼다. 강해준 대리님. 여섯 자의 짧은 글자가 주는 불쾌함이 이리도 엄청날 줄이야. 절로 힘이 들어가는 손에 핸드폰 케이스가 삐걱 이는 소리를 내며 떨렸다. 망설임 없이 눌러 내용을 확인한 석율의 표정이 차게 식어갔다. 짓씹은 이가 아프다며 비명을 질러대는 듯 했지만 상관없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백기의 핸드폰을 저 멀리 던져버렸을 테니까. 이 시간에 개인적으로 문자를 하는 걸로도 모자라 괜한 참견이나 지껄이다니.


석율은 한참이나 핸드폰액정을 노려보다 옆에 누워있는 백기의 말간 얼굴을 바라본다. 아무것도 모르고 도롱도롱 숨소리를 내며 편안하게 자고 있는 백기의 모습에 불쑥 솟았던 화가 차츰 가라앉는 걸 보니 이것도 참 병이다 싶었다. 장백기만 연관되면 하루에도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회사에서 강대리를 향해 웃고 있던 백기의 모습에 뒷목까지 뻣뻣해졌던 오전을 생각하며 석율이 씁쓸하게 웃곤 몸을 일으켰다. 새벽녘의 공기가 서늘해 잠시 몸을 떨던 석율이 화장실 문을 조심스레 열고 가만히 세면대에 물을 받았다. 보그륵, 소리를 내며 흰 거품과 함께 고이는 뜨거운 물에선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찰랑찰랑 세면대를 넘치기 직전 수도꼭지를 잠근 석율이 백기의 핸드폰을 망설임 없이 물에 집어넣었다. 몇 번이나 깜박거리던 액정에 불빛이 나가고 아무런 반응이 없어지길 기다리며 석율이 마른 욕조에 걸터앉아 여유 있게 휘파람을 불었다. 내일 아침 석율을 향해 원망어린 소리를 할 백기를 어찌 달래야하나 머리를 굴리는 순간 깜빡이던 액정이 암전됐다. 푸핫, 그에 진심으로 즐거운 웃음이 석율에게서 터졌다




*


가비님 이벤트 보상글입니다! 백기에게만 다정한 사이코패스 석율이와 아무것도 모르는 백기 리퀘하셨는데

결과물..ㅎ..ㅎㅎ...ㅜㅜㅜ

*커플요소 적습니다.



[해준백기] 장난도 정도껏

            w. 박두부


 

어둠을 무서워하는 게 그리 흔치않은 것은 아니다. 어둑한 골목길을 걸어갈 때면 건장한 성인 남자더라도 괜스레 작은 소리에도 흠칫 놀라 몸을 떨고, 고개를 도리질 치며 걸음을 재촉하는 일은 그를 숨길 뿐이지 웬만한 사내들이 한번 이상, 아니 어쩌면 매일 밤 겪을 일일 터였다. 백기도 사내였다. 건장하지만 심약한.


백기쒸는, 겁도 많지~! 라며 자꾸만 비죽이던 퇴근길의 한석율의 반질한 얼굴이 생각나 또다시 주먹을 살포시 쥐어봤지만 이내 포기했다. 캄캄하게 어둠이 내려앉은 원룸촌의 골목길에서 건장하고 반듯하게 생긴 청년이 씨익 식, 숨을 몰아쉬다가 미간을 좁혔다가 주먹까지 쥐고 걷는다면 누가 봐도 수상하다 여길게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좁은 골목사이로 골바람이 들어차 공기 중에 드러난 목덜미가 시렸다. 다행히 목깃을 세울 수 있는 모직코트기에 기쁜 마음으로 조물조물 깃을 세워 목을 감쌌다. 훨씬 나아진 온기에 기분조차 따끈하게 풀리려던 차에 바삭, 하고 무언가에 긁히는 소리가 백기의 귓전을 때렸다. 그대로 정지.


귓가에 상황과도 어울리지 않는 그대로 멈춰라~! 하는 깜찍한 동요가 들려오는 듯 했지만 파르르 떨려오는 백기의 등골이며 심장에는 그 깜찍함이 도무지 닿기는 그른 모양이었다. 깜빡,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뜬 백기는 그 짧은 찰나에도 뒤를 돌아봐서 별것이 아니란 걸 확인을 할까,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란 걸 굳게 믿고 앞으로 돌진하듯 나아가야할까 무수히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도무지 굳은 고개며 다리는 움직일 생각을 않았기에 백기는 민감한 오감 중 백기 저가 가장 믿는 청각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기로 홀로 타협했다. 귓가가 아주 미묘하게 움찔 떨리는 동안 찬바람이 한 번 더 백기를 스쳐갔지만 식은땀을 적셔주기에 딱 적당할 정도의 바람으로밖에는 인지되지 못하고 파스스 사라져갔다


잠시간 더 집중했음에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자 백기가 이내 입가를 허물어뜨렸다. , 놀랐다 정말.

 


그리고 저를 평소보다 더 움츠러들게 만든 원인을 제공한 영이를 떠올리며 뿌득 이를 갈았다. 오늘은 동기모임을 좀 색다르게 해볼까요? 평소엔 초대하면 초대한대로 그곳이 어디든 조용히 참석하던 영이가 던진 뜻밖의 말에 백기와 석율, 그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거렸다.


해맑게 웃으며 그럼 갈까요? 시간이 별로 없어요. 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할 때 의심했어야했는데. 졸래졸래 영이를 따라간 사내 세 명을 경직시킨 건 고작 손을 간신히 덮을 만큼 작은 영화표였다. 그래 영화 좋지. 문화생활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데,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안영이씨.


심지어 덤덤한 표정이 주특기인 그래 조차 입 꼬리를 씰룩거렸으니 뭐 말 다했다. 그 자리에서 새하얗게 질려버린 백기가 잘 움직이지 않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저에게 팔짱을 끼고 매달린 석율을 쳐다보자 석율은 이미 입술이 하도 깨물어서 엉망진창이었다.

 


“...안영이씨, 이건 아닌 거 같,”

“3관 영화 시작합니다. 입장해주세요!”

시작한다는데, 가죠.”

아니, 안영이, 영이야.”

안영이씨...!”


 

먼저 뚜벅뚜벅 단화굽 소리를 울리며 걸어간 뒤 3관 앞에서 세 명을 가만히 쳐다봐오는 영이의 눈빛이 너무도 단호해 세 명은 어느새 맞잡은 서로의 손을 동아줄 삼아 슬금슬금 영화관 안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암전. 영화를 보기 위해서 불이 꺼진 암전 상황 뒤에 찾아온 세 남자의 깜깜한 앞날.


눈을 감고 간신히 서로의 팔뚝이며 팔 받침대를 핏줄이 설 정도로 꾹 붙잡는 방법을 이용해 견디던 찰나 뚝, 소름끼치게 울려대던 소리가 멈췄다.

 


신이시여.

인간은 대체 왜 호기심이 있는 겁니까? 신께라도 묻고 싶었다. 빌어먹을 호기심이 찾아든 백기와 석율, 그래는 조용해진 귓가에 궁금증이 차올라 슬쩍 눈을 떴고, 그들 눈에 가득 차온건 붉은 색. 새빨간……. 끄아아악!!! 먼저 앙칼진 석율의 높은 비명이 영화관을 채우고, 연쇄작용처럼 그래의 입에서 펑, 백기의 입에서 펑! 높은 비명이 차올랐을 때 분명 저들을 돌아보는 영이의 표정은 지독하리만치 평온했다. 그래, 그것이 제일 공포였다고 영화를 보고 나온 뒤 석율이 백기와 그래에게 속삭였다. 그들도 동의했고.

 


자기가 제일 크게 놀라놓고는 나오자마자 자기방어를 펼치듯 백기의 겁 많은 모습을 향해 비죽이는 미소를 짓던 석율에 백기는 오랜만에 사람의 면전에 대고 욕설을 퍼부을 뻔 했었다.

 


 

우리 출출한데 선지해장국이나 먹으러 갈까요?”

아니오.”

아닙니다.”

배불러요.”


 

영이의 나긋한 목소리는 말끝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세 명의 사내에 의해 단칼에 끊어졌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맑게 웃는 영이의 모습에 어깨를 움츠린 백기가 먼저 귀가신청을 했다. 말 그대로 귀가신청.


, 바쁜, 일이 있어서, 돌아가겠습니다. 항의하듯 백기의 옷소매를 잡아채려는 석율과 그래를 다급히 밀어낸 백기가 서둘러 발걸음을 뗐다. 뒤에서 그럼 우리끼리라도 가죠. 하는 영이의 목소리에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는지 백기의 등 언저리가 따끔따끔 울려왔다. 사내는 뒤돌아보지 않아! 백기는 모 사나이 영화를 떠올리며 잰걸음을 마저 재촉했다.

 

 


*

 


-그냥, 저도. 같이 갈걸 그랬습니다. 내일 어차피 주말인데 텅 빈 집에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먼저 귀가했는지. 백기는 다시 생각나는 영화와 영이의 모습에 어깨를 잔뜩 좁히곤 다시 걸음을 뗐다. 이제 저 골목 모퉁이에서 왼쪽으로만 걸으면 백기의 방이었다. 역시 다음에는 조금 무리하더라도 이런 골목길에 위치한 곳 말고 널찍한 도로가에 있는 오피스텔을 얻어야하나. 머릿속으로 제 통장 잔고를 새며 걸음을 걷던 백기가 갑자기 어깨에 툭, 오른 뜨거운 온기에 힉, 하는 작은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대로 풀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꽝 찍힌 엉덩이의 아픔 따윈 중요치 않았다. 바닥에 주저앉은 와중에도 도망가려 자꾸만 어깨를 털고 다리를 움직이는 백기는 패닉이 왔는지 얼굴이 새파랗게 물들어 있었다.

 


“...시만요, 장백기씨. 장백기씨!”

“....”

 


공포심에 먹먹했던 귓가에 단숨에 주위의 소리가 들어찼다. 그 덕에 욱신거려오는 귀를 매만지려 올리는 손길을 누가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장백기씨, 놀랐습니까? -미안해요,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 강대리님!”

그냥 내일은 휴일이니까 백기씨 집에서 술 한 잔 하려고 왔는데 앞에 백기씨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그냥 조금만 놀라게 해주려고 했는데.”

“......”

많이 놀랐습니까...?”


 

, 엄청요. 이미 풀려버린 다리는 아무리 힘을 줘도 꼴사납게 흐느적거렸다. 백기가 민망함과 속상함, 짜증이 섞인 투정의 주먹을 해준의 가슴팍에 슬쩍 내렸지만 해준은 아이 어르듯 달래며 백기를 부축해 단번에 들어올렸다. 제 심장을 아주 떨어뜨려버릴 뻔 하셔놓고 미안하다며 평소엔 그리 부탁해도 해주지도 않던 미소까지 담뿍 서비스하신다. , 어이없음에 웃다가 그래도 집까지 무섭지 않게 가겠구나 싶어 제 어깨를 단단히 받쳐오는 해준의 허리에 손을 감고 고개를 푹 기댔다. 완전히 환자를 부축하는 모양새일게 뻔해 스스로도 웃겼지만 백기는 그저 더욱더 해준의 품으로 파고들 뿐이었다.

 


*


 

그러니까아! 공포영화 때문이라고요, 공포영화!”

네네, 알죠.”

거기에 강대리님도 너무하셨습니다! 누구라도 놀랄걸요?”

그럼요. 이해합니다.”

아주, 심장이 바닥까지 내려갔다 이제 겨우 올라오고 있습니다! ...웃지마세요!”

, 흠흠. 안 웃어요.”

거짓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자 백기가 선택한 것은 약간의 알콜의 힘을 빌리는 것이었다. 병 주고 약 주듯 백기가 옷을 갈아입자마자 해준이 불쑥 내민 것은 맥주 캔이었다. ...이런 걸로 용서할 생각 없습니다. 하면서도 샐쭉 받아드는 백기에 해준은 내심 안심했다. 기껏 불타는 주말을 즐기고자 백기의 집에 찾아왔는데 분노에 찬 백기가 거절의 말을 쏟아낼까 내심 걱정했던 심장을 쓸어내리며 해준이 백기의 손에 들린 맥주 캔에 슬쩍 건배했다.

 



*

15.04.25 미생전력 제 17

주제: 아래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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