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렁한 박두부

미생전력 제 4

문자 메세지 / 박두부

[해준백기] 아찔

 

해준은 사실 핸드폰에 서툴렀다. 물론 거리상으로 멀리 떨어진 해외 바이어나, 지방 거래처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핸드폰을 이용한 전화통화가 잦았기에 남들이 보기엔 오히려 핸드폰을 늘 소지하며 다니는 사람으로 비춰졌지만, 조금 더 명확히 말하자면 문자 메세지 같은 경우 말이다. 특히나 저보다 4살이나 어린 애인, 사람들이 표현하기론 청춘같은 신입 장백기와의 메시지는 더욱 그랬다.

 

빠른 화제전환, 손가락에 모터라도 달았는지 보내기가 무섭게 이어지는 장문의 답장도 해준을 난감하게 만들기 충분했지만 그보다 해준을 더욱 두렵게 하는 것은 백기가 메시지 끝마다 보내오는 요상한 그림이었다.

 

[대리님, 오늘 퇴근하고 술 한잔 하실래요? ( ╹ ◡ ╹ ლ)

                                   -장백기 씨]

 

 

.....해준은 멍하니 핸드폰만 바라보다 힐끗 고개를 왼쪽으로 틀었다. 그러자 답장을 기다리는지 핸드폰을 붙잡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가 시선을 느끼고 훽 고개를 튼 백기가 해맑게 웃어 보인다.

...그리고 힐끗 힐끗 제 핸드폰과 해준을 번갈아 바라보는 모양새가 마치 얼른 답장해주세요~!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지라 난감함에 해준은 오랜만에 등이 식은땀으로 젖어가는 걸 느꼈다.

 

 

좋습니다. 장백기씨.”

 

 

회사에서 티내지 말고 공과 사를 구분하며 좋은 연인관계를 이어가자던 해준은, 메시지 끝에 붙인 백기의 이모티콘이 무얼 형상화하는지를 해독하지 못해 결국 대답을 음성으로 툭 뱉어버리곤 핸드폰의 홀드키를 눌렀다. 컴컴해지는 폰 액정에 비친 제 얼굴이 퍽이나 한심해 보였던 지라 핸드폰을 서류 위에 신경질적으로 내려놨다. 그러다 핸드폰을 뒤집어 액정을 바닥 쪽으로 붙여버린 해준이 옆에서 황당함에 입을 벌리고 있는 백기의 시선을 애써 무시한 채 모니터를 향해 신경질적인 타자 두드리기를 시전했다.

 

*

 

뭐라고?”

그러니까, 그 이상한 표정 같은 거 있잖아. 문자 뒤에 붙이는.”

이상한 표정이라니?”

그러니까 예를 들면 이런 거.”

 

커피를 호록 마시다 해준이 뱉는 두서없는 말에 멀뚱히 바라보기만 하는 동식이 퍽이나 답답했는지 해준 답지 않게 제 가슴팍을 퍽퍽 치다, 아까 백기가 보냈던 이모티콘의 모양새를 간신히 생각해내곤 취한 포즈에 동식은 입에 머금은 커피를 주륵, 입술에서 뱉어냈다.

 

손가락을 위로 향하게 만든 어정쩡한 손 모양을 하곤 열심히 손을 휘적이며 이거, 이거말야. 따위를 중얼거리는 해준의 표정이 퍽이나 진지해 동식은 작은 웃음조차 흘리지 못했다.

 

“...강대리야.”

, .”

우선 그 웃긴 포즈부터 풀어줄래? 내가 비위가 조금 약해서.”

 

동식의 말에 팍 얼굴을 구긴 해준이 신경질적으로 탕비실 테이블 위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저를 바라보는 동식의 표정에 대뜸 민망해진 탓이었다. 종이컵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 약한 종이가 구깃해지는 걸 느꼈지만 신경 쓰지 않고 찬물을 연거푸 들이킨 해준이 씨근거리자 동식은 여전히 놀람에 떨려오는 심장을 다독이며 흐음, 한다.

 

그러니까 니 말은. 그런 이모티콘이 섞인 문자가 올 때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야?”

그래. 사실 무슨 자세인지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파.”

 

투정부리듯 투덜거리는 해준의 모습이 낯설어 동식의 눈이 동그래지지만 금세 즐기며 히죽이는 웃음을 물었다. 그냥 너도 이모티콘 보내면 되지 않아? 할 말 없는데 씹기엔 애매할 때 이모티콘 하나면 분위기도 안 싸늘해지고. 동식의 진지한 답변에 미간에 힘을 약간 푼 해준이 말이 쉽다며 한숨을 푹 내쉰다.

 

이모티콘 분석도 어려운데, 쓴다는 게, 말이나 되?”

, 하긴.”

 

다시금 울컥 하는지 기어이 제 핸드폰을 꺼내 몇 번 액정을 두드리던 해준이 문자 메시지를 다시금 읽어보며 한숨만 푸욱 푸욱 쉬어댄다. 수심 가득한 해준의 옆모습에 놀리려던 걸 그만두고 김대리가 제 턱을 쓰다듬으며 말을 툭, 뱉었다.

 

요즘 인터넷에 검색하면 많이 나오던데?”

? 그런 걸 올리는 사람들이 있어?”

, 강대리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한텐 참 좋지 않겠어?”

 

그러니까 한번 검색해봐. 그리고 너를 고민에 빠지게 한 사람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불쌍하게 메시지 자꾸 씹지 말고 가끔은 먼저 보내봐. 깜짝 놀랄걸? 그 말을 마치고 해준의 어깨를 다정하게 토닥이던 -물론 해준은 어깨를 휘적이며 털어냈지만- 동식이 먼저 자리를 떴다. 그 자리에 멀거니 서있던 해준이 무언가 결심한 듯 초록색 검색창을 띄우곤 떠듬 떠듬 검색어를 입력한다.

 

 

*

 

[_

  \\ Λ_Λ

   \( '' ) 장백기씨

    > ⌒

   /  

   /  / \\

   レ    _

  / / 로비에서

  / /|

 ( (

 | |、\

 | 丿 \ ⌒)

 | |  ) /

`)  L만납시다.

-강해준 대리님]

 

, 퇴근 시간이 지나자마자 외투와 가방을 챙겨 먼저 일어선 해준의 뒷모습에 부랴부랴 준비하던 백기가 울리는 핸드폰의 잠금을 풀어낸다. 정신없을 때 울린 진동에 대충 확인하고 뛰어나가려던 백기의 눈이 발신인의 이름과 전혀 매치되지 않는 메시지 내용에 한가득 커진다. , . ?! 바스락 거리며 퇴근 준비를 하던 백기가 저도 모르게 크게 질러낸 짧은 비명에 가까운 소리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 됐지만 너무 놀라면 무서울 수도 있구나. 를 미친 듯이 실감하던 백기가 오소소 돋아오는 소름에 한기까지 느껴가며 어깨를 미친 듯이 문질렀다. 설마 스팸 인걸까. 그래 스팸일 거야. 백기가 급기야 현실을 부정하기 시작했을 무렵 한번 더 징, 진동이 울렸다.

 

[장백기씨.

얼른 서두르십쇼. ㅇㅅㅇ^^^

-강해준 대리님]

 

 

....대리님. 백기의 시야가 아찔해진다.

 

 

  *

캐붕...죄송합니다.....(컥커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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